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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향상에 둔감해진 소비자, ‘스마트폰 3.0’을 기다린다.

by 에비뉴엘 201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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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향상에 둔감해진 소비자, ‘스마트폰 3.0’을 기다린다.



스마트폰과 PC는 발전 과정이 닮은 꼴이다. 애플에 의해 신시장 창출 혁신(New market disruption)이 이루어졌고, 구글과 스마트폰 업체들의 연합군에 의해 저비용 혁신(Low-cost disruption)이 이뤄지며 발전했다. PC는 저비용 혁신을 끝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일상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스마트폰도 PC와 같이 일상재로 전락할 것인가?


사용자들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고, 높은 지불가치를 느끼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개인의 컴퓨팅 및 네트워킹 허브로 자리매김하면서 사용성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PC와는 달리 혁신의 가능성과 수용성이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PC가 이르지 못한 세 번째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마트폰은 성능 혁신, 저비용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사용자들은 새로운 성능 수준을 식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성능에 대한 지불 가치도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성능에 둔감해지고 있고 새로운 가치에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제안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 ‘스마트폰 3.0’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사용자 가치 관점에서 볼 때, 대형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빠른 연산속도와 멀티 코어 프로세서, 고화소 카메라 등 기존의 정형화된 하드웨어 혁신이 추가적인 지불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정의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미 시장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며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할 때마다 단상 위에 아무 말 없이 서 있어야 할 때가 많았다. 청중들의 박수와 함성이 잦아들기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폰 3GS를 소개하면서 텍스트를 복사해서 붙여 넣는(Copy & Paste) 기능을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너무나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당시 사용자들에게 그것은 충분히 혁신적인 기능이었다. 


그에 비하면 최근 발표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크고 선명한 화면, 빠른 프로세서, 고화소의 카메라 등은 기립박수를 받기에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신제품 발표는 지나치게 조용한 편이다. 화려한 하드웨어 사양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박수에 인색해지고 있다. 


Ⅰ. 스마트폰 2.0, 하드웨어 혁신의 승리 


지금까지 혁신적인 하드웨어는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요인이었다. 


2007년 애플은 터치 스크린을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앱스토어를 추가함으로써 ‘맞춤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을 완성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경험’의 기본틀은 이미 2008년에 완성된 셈이다. 


첫 번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출시된 것은 2008년 10월로 이미 애플에 의해 일반 사용자를 위한 ‘스마트폰 경험’의 기본틀이 완성된 이후였다. 그러나 후발 주자 안드로이드가 애플을 넘어서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무료로 공급하며 다양한 제조업체를 우군으로 만든 개방형 혁신 전략과 적극적인 하드웨어 혁신 전략 덕분이었다. 


애플이 일반 사용자를 위한 스마트폰 경험을 완성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던 2007년~2009년의 시기를 ‘스마트폰 1.0’이라고 한다면, 안드로이드가 하드웨어 혁신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역전시킨 2010년 이후를 ‘스마트폰 2.0’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작 뉴턴의 말을 빌린다면, ‘스마트폰 2.0’은 안드로이드가 애플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시기인 셈이다. 


애플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이후 소위 ‘연합군’의 공세에 주도권을 잃은 것은 스마트폰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PC 시장에서도 IBM 복제(Clone) PC 연합군에게 주도권을 내준 경험이 있다. 애플은 수직통합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PC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컴퓨팅 시장을 창출한 혁신자였던 동시에, 수평분업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다수 연합군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희생자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1.0과 2.0의 발전과정은 PC와 매우 유사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의 미래는 PC의 현재가 될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PC는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일상재(Commodity)가 된 지 오래다. 


스마트폰의 발전 과정이 PC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느끼고 기대하는 스마트폰의 가치는 PC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기기인 탓에 사용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애착이 강하다. 애착이 높다는 말은 지불가치가 높다는 뜻이고 혁신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또한, 스마트폰이 개인의 네트워크 및 컴퓨팅 허브로 자리매김하면서 스마트폰의 사용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혁신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스마트폰의 발전은 PC와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PC가 닿지 못한 세 번째 발전단계, ‘스마트폰 3.0’이 전개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2.0 vs. 스마트폰 3.0 


스마트폰이 PC와 같은 일상재가 되지 않고 높은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하드웨어 로드맵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PC가 일상재로 전락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CPU, 디스플레이, 저장장치 등으로 정형화된 로드맵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발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시장과 사용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성능 향상(Performance oversupply)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고 주장했다. 


정형화된 로드맵을 기반으로 한 성능 향상이 항상 사용자들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받을 수는 없다. 배고플 때 먹는 빵과 배부를 때 먹는 빵에 대한 한계효용이 다른 것처럼,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이 구현되고 나면 이후의 성능 향상에 대한 지불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추가적인 성능 향상과 사용자의 수용성의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쟁 관점에서 본다면, 정형화된 로드맵은 후발 업체가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예상하지 못한 혁신이 터져 나오는 시장에서 자원이 부족한 후발 업체는 선두 업체를 따라가기에 급급하기 마련이지만, 예측 가능한 로드맵 상에서는 후발 업체가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여기에 성능 향상에 대한 사용자의 수용도가 낮아져서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의 사양이 정체되기라도 한다면, 선두 업체와 후발 업체의 격차는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는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시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일상재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러한 일상재화(Commoditization)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형화된 로드맵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 게임의 룰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빵을 먹고 배부른 사람에게 또 하나의 빵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우유를 제안하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를 ‘전략적 기술 관리’라고 표현했는데, 기존의 S자형 기술곡선이 새로운 기술 곡선으로의 옮아가는 변곡점을 파악하는 것과 현재 기술을 대체할 후속 기술을 발굴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꼽았다. 


전략적 기술 관리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스마트폰 발전 단계를 가늠해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마트폰 2.0이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3.0으로 전환될 것인가에 따라 기업의 대응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2.0이 계속된다면 - 사용자들이 앞으로도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에 대해 지불가치를 느낀다면 - 스마트폰의 일상재화 위험이나, 새로운 혁신 기술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경쟁사보다 빨리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 탑재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3.0으로의 전환기에 있다면, 사용자가 지불가치를 느끼지 않는 성능 향상보다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도입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다. 


Ⅱ. 스마트폰 2.0, 변곡점에 다다르다 


향후 스마트폰의 발전단계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이 변곡점에 다다랐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곡점이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발생한다기보다는 사용자의 수용성이 낮아짐으로써 생겨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2.0의 변곡점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다음 두 가지 질문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하나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스마트폰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성능 향상에 대해 여전히 지불가치를 느끼고 있는가’이다. 사용자들이 얼마나 배가 부른 상태인지, 앞으로도 빵을 더 먹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인 셈이다. 


스마트폰은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는가? 


스마트폰에서 PC 수준의 경험을 구현하는 것은 사용자들의 기대이고, 스마트폰 업체들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스마트폰이 PC 수준의 경험을 구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스마트폰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우선, 시장 규모를 보면 스마트폰은 이미 PC를 넘어섰다. 2012년 시장 규모는 스마트폰 7억 대, PC 3.5억 대로 스마트폰 시장이 PC의 두 배에 달한다. 2007년 아이폰이 일반 사용자용 스마트폰 시장을 창출한 지 불과 6년만에 주력 컴퓨팅 기기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시장 규모뿐만 아니라, 사용성 측면에서도 스마트폰은 PC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전체 인터넷 사용 시간의 37%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3%의 사용 시간을 점유하고 있는 PC가 여전히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표 기기인 셈이다. 그러나 지도, 날씨, 음악, 소셜 네트워킹 등에서는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사용 시간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모바일이 PC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도는 모바일을 통한 사용 시간이 84%에 달한다.1 소셜 네트워킹을 대표하는 페이스북의 사용자 통계에서도 모바일이 PC를 넘어섰음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월간 활동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 중 모바일 사용자 비중은 2011년 말 50%를 넘었고, 현재는 모바일 사용자 비중이 71%에 이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사용이 PC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Nielsen)에 따르면 한국 사용자들의 월평균 모바일 이용시간은 168시간, 월평균 PC 이용시간은 24시간으로 모바일 이용시간이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PC 이용시간은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된 2010년 36시간에서 2012년 24시간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2 페이스북의 한국 월간 활동 사용자 중 모바일 사용자 비중은 90%로 전세계 평균보다 20%p 가까이 높은 수준이고, 네이버의 모바일 검색 쿼리는 PC를 넘어서 전체 검색 쿼리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박단소한 스마트폰에서 PC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PC를 활용하는 작업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과 ‘소비하는’ 것으로 나눈다면, 스마트폰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험을 구현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나 마우스의 경험을 제한된 크기의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나 커뮤니케이션, 카메라와 같이 PC가 따라올 수 없는 스마트폰 고유의 경험이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PC의 경험을 대체해나가는 한편, PC에 한정된 컴퓨팅 경험을 모바일로 확장하며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PC의 두 배에 달하는 시장 규모는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컴퓨팅 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스마트폰이 사용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컴퓨팅 경험을 제공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사용자들은 성능 향상에 대해 지불가치를 느끼고 있는가? 


스마트폰 업체들을 1~2위를 경쟁하는 ‘1군’,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2군’, 중국, 인도 등 신생 기업들을 ‘3군’으로 나누어본다면, 최근 3개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체들은 3군이다. 3군 업체들은 2010년 대비 7배 이상 성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2010년 8%에서 2012년 25%로 높여가고 있다. 이들의 성장 동력은 다름 아닌 가격이다. 2012년 3군의 평균 판매가격은 2010년의 29% 수준에 불과하다. 연평균 가격 하락률이 -46%에 달하는 셈이다. 


3군 업체들의 성장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미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드로이드의 정형화된 하드웨어 로드맵과 수평 분업화된 산업구조가 후발 업체의 추격과 가격 경쟁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스마트폰의 일상재화 위험과 스마트폰 성능 향상에 대한 사용자의 지불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관점에서 본다면 사용자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요소는 디자인(크기), 화면, 프로세서 등이다.3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들은 대화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고속 멀티 코어 프로세서, 카메라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하드웨어들이 사용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대형 디스플레이 


최근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보면 5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패블릿(Phablet)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본 사양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최근에는 5인치를 넘어서 6인치 화면을 탑재한 모델도 한 두 개가 아니다. ‘보는 휴대폰’이라는 컨셉이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이고, 한 번 대화면 기기를 사용해보면 작은 화면에 만족할 수 없게 된다는 이른바 ‘톱니 효과(Ratchet Effect)4’가 시장의 상식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6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도 무리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케팅 인사이트는 ‘이동 중 스마트폰을 어떻게 가지고 다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5인치 이상의 스마트폰은 그 외 스마트폰에 비해 손에 들고 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가방과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던 핸드폰이 크기가 커지면서 손으로 옮겨온 셈이다. 5인치 이상의 스마트폰은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대화면을 장착한 스마트폰은 필연적으로 경박단소한 디자인을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휴대성과 사용성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대형 디스플레이와 경박단소 디자인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스마트폰의 중요한 과제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균형점을 넘어설수록 사용자의 지불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LG전자는 ‘Learning from you’를 모토로 하는 G2를 발표하면서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최적의 스마트폰 크기로 가로 2.7인치를 제시했다. 16:9 화면을 기준으로 하고, 최소 베젤 수준인 2.4mm를 적용하면 디스플레이의 대각선 크기는 5.1인치, 베젤이 없다고 가정하면 디스플레이의 대각선 크기는 5.5인치가 된다. 베젤을 없애는 기술을 가정하더라도 6인치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의 균형점을 넘는 것으로 보인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를 ‘레티나(Retina)’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한 이후 적정 수준의 해상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일반적인 시력 1.0을 보유한 사용자가 12인치 거리를 두고 구분할 수 있는 화소의 최소 크기는 0.0035인치이다.5 이는 인치 당 286개의 화소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따라서 286ppi(Pixel Per Inch6) 이상이면 일반 사용자가 화소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해상도가 되는 셈이다. 아이폰4의 디스플레이는 326ppi라는 점에서 일반 사용자가 구분할 수 없는 화소의 크기를 구현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것이 잡스의 설명이었다. 


잡스의 발표 이후 시력이 1.27인 사용자들은 0.0021인치 크기의 화소를 구분할 수 있으므로 최소 477ppi가 있어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고, 시청 거리가 8인치로 짧아지면 시력 1.2 기준 716ppi, 시력 1.0 기준 434ppi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이러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한 논란은 향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해상도의 적정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주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풀HD(1920×1080)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5인치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풀HD 해상도는 441ppi로 일반적인 시력 1.0의 사용자가 한 뼘 정도의 거리(8인치)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화소를 구분할 수 없는 -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 - 수준에 다다른 셈이다. 


게다가 향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UHD(3840×2160)까지 탑재될 것이라고 하는데, 5인치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881ppi가 구현되어야 한다. 시력 1.2의 사용자가 한 뼘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화소를 구분할 수 없는 716ppi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코카콜라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펩시를 고르는 소비자들처럼, UHD는 훌륭한 사양이지만 정착 사용자들은 풀HD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화소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는 꾸준히 발전해서 이제 디지털 카메라를 대체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화소 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2007년 아이폰 카메라는 2백만 화소에 불과했고, 2008년 말 출시된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G1은 3백만 화소였다. 이후 거의 매년 경쟁적으로 화소 수가 증가해서 올해 스마트폰 카메라는 1300만 화소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는 1000만 화소 이상이 되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카메라가 1000만 화소 이상이 되면 화소 수보다는 이미지 센서 크기, 이미지 프로세싱 등에 의해 화질의 차이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미지 센서 크기를 그대로 두면서 화소 수를 높이게 되면 화소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고, 화소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지면 렌즈를 통과한 빛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같은 크기의 이미지 센서에서 화소 수가 높아지게 되면 오히려 화질을 떨어뜨리는 노이즈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경박단소해야 하는 스마트폰의 구조 안에서 화소 수 이외의 카메라 기능을 차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늘리는 것과 같은 카메라 모듈의 변화는 스마트폰의 두께와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로 제안된 광학 기술을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지불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비교적 손쉬운 화소 수 경쟁을 지속해온 스마트폰 카메라도 소비자의 지불가치를 효과적으로 높여야 하는 고민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고성능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PC 수준의 컴퓨팅 경험을 구현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PC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의 맥북 프로 15인치 모델을 기준으로 보면, CPU의 연산 속도는 2007년 이후 2.5GHz 전후로 큰 변화가 없다. 다만 CPU 코어의 수가 2011년부터 4개(Quad core)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연산속도와 코어의 수가 함께 늘어나고 있다. 2007년 아이폰은 412MHz 싱글 코어였지만, 올해 출시된 퀄컴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들은 2.3GHz 쿼드 코어로 올해 초 출시된 맥북 프로의 사양(2.7GHz 쿼드 코어)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노트북에 사용되는 인텔 CPU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ARM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연산속도와 코어의 수만으로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인텔 CPU가 처리하는 명령어(CISC8)가 ARM 기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명령어(RISC9)보다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만약, ARM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PC에서 사용되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구동시킨다면 사용자는 컴퓨팅 경험에서 큰 차이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PC와 같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된 어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킨다. 프로세서 단위의 연산능력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차이만큼 사용 환경도 다른 것이다. 따라서 프로세서의 연산속도 및 코어 수의 비교를 통해 사용자의 경험이 PC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을 가늠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최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관련한 논란은 옥타 코어(Octa Core)에 관한 것이다. 프로세서의 코어가 8개인 옥타 코어를 두고 주요 프로세서 업체들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는 동시에 구동하는 코어가 4개에 불과하다거나, 코어의 수보다 개별 코어의 성능이 중요하다는 식의 설전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관점의 프로세서 성능이 PC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옥타 코어를 비롯한 향후 프로세서 로드맵이 사용자 가치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짚어보는 것이다. 


Ⅲ. 스마트폰 3.0을 향한 새로운 움직임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스마트폰 주요 하드웨어들의 발전 로드맵은 인간의 물리적, 지각적 한계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말을 빌린다면, 향후 성능 향상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가치가 낮아질 수 있는 위험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상재화의 위험에 대비하거나, 새로운 혁신 기술을 발굴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스마트폰은 다양한 사용성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기기, 서비스와 연결되고 융합되면서 사용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PC와는 달리 다양한 혁신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상재화의 위험보다는 ‘스마트폰 3.0’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스마트폰 3.0’이 반드시 먼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정형화된 하드웨어 로드맵을 벗어난 새로운 혁신 기술로 사용자의 지불가치를 지속하려는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양보다 질이다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는 기존 화소 경쟁을 벗어나 새로운 혁신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다. 1000만 화소를 넘어서면서 화소 경쟁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최근 출시되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은 ‘광학식 손 떨림 보정(OIS, Optical Image Stabilizer)’ 등 새로운 카메라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카메라 이미지 센서의 크기(보다 정확한 표현은 이미지 센서의 화소 크기)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카메라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스마트폰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노키아는 41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루미아 1020’을 출시했고, 소니도 207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엑스페리아 Z1’을 출시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카메라의 화소 수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는 화소 수가 아니라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있다. 화소 수 경쟁에서 이미지 센서 크기 중심의 경쟁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시도인 셈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경박단소 디자인을 위해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그대로 두면서 화소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진의 화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소 수보다도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화소 수보다는 이미지 센서 크기가 사용자의 가치를 반영한 기술 혁신인 셈이다. 


문제는 난해한 광학 기술을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일이다. 과거 화소 수는 사용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었다. 덕분에 화질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화소 수 경쟁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경쟁 모델과 비교하기 어려운 사양을 쉽게 전달하고 이해시켜야만 비로소 기술 혁신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미지 센서의 화소 크기를 키우려는 보다 과감한 시도는 올해 초에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겪고 있는 HTC가 대표 모델로 출시한 ‘One’은 카메라 화소 수가 4백만 개에 불과했다. 경쟁사들이 13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One은 경쟁 모델보다 큰 1/3인치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면서도 화소 수를 4백만개로 줄임으로써 픽셀 크기를 2μm로 키울 수 있었다. 경쟁 모델이 일반적으로 1/3.2” 이미지 센서에 8백만 화소를 구현해서 픽셀 크기가 1.3μm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50% 이상 큰 것이다. 


지금도 One의 카메라 기능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한 듯하다. 여전히 HTC의 실적은 전년 대비 -30%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HTC One의 사례는 기술 혁신이 개발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 혁신은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고성능 하드웨어가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① 프로세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디어텍이 고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프로세서에 대한 기존의 상식이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전통적으로 200달러 이하의 스마트폰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업체다. 중국, 인도 등 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퀄컴 대비 50% 수준의 가격으로 프로세서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칩셋과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 플랫폼을 공급해온 것이 성공의 핵심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미디어텍은 저가 시장에 머물지 않고, 고가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 쿼드 코어 프로세서를 출시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옥타 코어 프로세서까지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옥타 코어 프로세서를 ‘True Octa Core’라고 명명하면서 삼성, 퀄컴 등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미디어텍이 자사가 개발 중인 프로세서가 8개의 코어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진정한 옥타 코어 프로세서라고 주장하자, 퀄컴은 코어의 수가 아니라 코어의 성능이 중요하다며 응수하기도 했다. 


미디어텍의 전략이 흥미로운 이유는 고사양의 코어가 아닌, 저사양의 코어를 기반으로 고가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텍은 다른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ARM의 기본 설계(Architecture)를 라이센싱해서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다. ARM의 기본 설계는 프로세서의 연산 능력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 고성능의 Cortex A15, 중급의 Cortex A12, 저성능의 Cortex A7 등이다. 삼성 등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는 프로세서 업체들은 고성능의 Cortex A15를 기반으로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디어텍의 쿼드 코어, 옥타 코어 프로세서는 모두 저성능의 Cortex A7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Cortex A15는 Cortex A7보다 2~3배의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전력은 Cortex A7이 Cortex A15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텍이 Cortex A7을 기반으로 고가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디어텍은 연산 능력이라는 프로세서 시장의 상식을 벗어나서 저전력이라는 사용자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물론 미디어텍이 제공하는 저가격의 매력은 기본이다. 


이러한 미디어텍의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저가 중국, 인도 업체는 물론이고, 소니 등 글로벌 브랜드까지도 미디어텍 쿼드 코어, 옥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텍은 2013년 스마트폰 프로세서 매출 2억 대라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2011년 1,000만 대에서 불과 2년만에 20배의 성장을 기록하는 셈이다. 


고성능 하드웨어가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② 디스플레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스마트폰 화면 크기와 휴대성 및 사용성은 상충되기 마련이다. ‘보는 휴대폰’이라는 대세를 따라 화면 크기를 과도하게 키우면 가지고 다니기가 어려워지고, 심지어 한 손으로 조작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된다. 하지만 ‘보는 휴대폰’이나 휴대성 및 조작성은 모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핵심 가치다. 바로 여기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고민이 시작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가치 상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화면 크기를 구현하는 것이 방법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라는 혁신 기술을 통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휘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재팬 디스플레이는 2017년까지 두께 1mm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곡률반경(둥글게 말았을 때 생기는 원의 반지름)은 두께의 50배라고 하니, 재팬 디스플레이가 개발할 플렉서블 OLED의 곡률반경은 50mm라고 예상해볼 수 있겠다. 손목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 접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의 스마트폰을 앞뒤로 감싸는 형태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의 두께를 10mm라고 했을 때, 디스플레이 패널의 두께는 0.1mm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OLED 패널 두께의 90% 정도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재팬 디스플레이의 개발 계획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 4~5년 내에는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접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휘어진 형태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내년쯤 시중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사각형의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에 식상한 사용자들에게는 휘어진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상도가 될 듯하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LG와 삼성이 올해 발표한 시제품의 해상도는 300ppi 전후이다. 5~5.5인치 디스플레이에서 HD급 해상도를 구현하는 수준인데, 풀HD에 익숙해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지불가치를 느끼게 될지 의문이다. 


이처럼 미래에 사용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도 유망한 혁신 기술이 완성도가 부족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기술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사용자들이 지불가치를 느끼는 강점을 극대화해서 부족한 기술로 인해 낮아진 사용자 가치를 상쇄하는 것이다. 전자는 선도 업체가 부가가치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바람직한 전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휘어진 디스플레이가 주는 사용자 가치를 극대화하는 디자인을 통해 해상도에 고정된 사용자들의 지불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모바일의 핵심 가치에 집중한다 (맞춤형 스마트폰) 


핸드폰의 역사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모바일의 핵심 가치는 개인화(Personalization)이고 맞춤화(Customization)라고 할 수 있다. 가족 단위의 전화번호를 개인의 전화번호로 바꿔준 것이 핸드폰의 시작이었고, 사용자가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내려 받아 설치함으로써 소프트웨어를 맞춤화한 것이 스마트폰의 시작이었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을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바꿔주는 스마트폰 패션 액세서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애플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저장 용량을 선택하게 해주는 맞춤형 제품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이처럼 모바일 산업은 개인화, 맞춤화라는 사용자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모토롤라가 다시 한 번 개인화, 맞춤화라는 모바일의 핵심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모토X’는 모토롤라가 2012년 구글에 인수된 이후 출시된 첫 번째 대표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상징적인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매력적인 하드웨어 사양이 눈에 띄지 않는다. 4.7인치 HD 디스플레이, 1.7GHz 듀얼 코어 프로세서, 1000만 화소 카메라 등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다른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하드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의도적으로 사용자들이 핵심적이라고 여기는 하드웨어 사양에서 눈을 돌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신 모토X는 철저히 개인화, 맞춤화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Moto Maker’라는 맞춤화 서비스다. 사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모토X의 후면, 전면, 버튼 등의 색깔과 저장 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데, 모두 504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바탕화면 이미지를 미리 선택할 수 있고, 부팅 화면 문구와 자신의 구글 계정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모토X는 받자마자 쓸 수 있는 개인화 설정이 완료된 상태로 배달되는 것이다. 델(Dell)의 맞춤형 PC 사업모델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온 셈이다. 


모토X의 또 다른 개인화 기능은 ‘X8 Mobile Computing System’이라는 이름의 칩셋(SoC, System on Chip)에 있다. X8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 칩셋에는 8개의 코어가 들어있는데, 듀얼 코어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쿼드 코어 그래픽 프로세서, 자연어 처리 프로세서(Natural Language Processor), 맥락 인식 프로세서(Contextual Computing Processor)가 그것이다. 


이 중 저전력 프로세서인 자연어 처리 프로세서와 맥락 인식 프로세서가 개인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자연어 처리 프로세서는 일정 기간 사용자의 음성을 학습해서 사용자의 음성에만 반응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맥락 인식 프로세서는 사용자의 행동과 장소를 파악해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알림과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해준다. 


모토X가 구글이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가치를 보여주는 첫 번째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모토X가 지향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인화, 맞춤화는 향후 스마트폰의 새로운 사용자 가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생각은 애플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애플도 모토X의 맥락 인식 프로세서와 유사한 ‘M7 Motion Coprocessor’를 아이폰 5S에 탑재해서 상황 인식 기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시작은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여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의 상황에 맞춤화된 스마트 서비스를 지향하는 움직임이라고 하겠다. 


본말전도의 혁신을 꿈꾼다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오던 액세서리가 웨어러블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관련 액세서리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2010년 2,400억 원 수준에서 올해는 1조 7,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9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액세서리는 스마트폰의 부족한 기능을 채워주거나(SD 메모리 카드, 이어폰, 스피커, 보조 배터리, 보호 필름 등), 다른 기기와 연결해주거나(케이블, 충전기 등),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 개인의 취향을 더하는(패션 케이스 및 소품)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하면서 심박 측정기, 활동량 측정기와 같은 센서류의 액세서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액세서리의 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액세서리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사용하는 이른바 ‘앱세서리(Appcessory)’가 늘어나고 있고, 헬스케어, 아웃도어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서비스와 결합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나이키+가 제공하는 운동량 모니터링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과 다른 기기의 연결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액세서리의 개념이 ‘주변장치(Peripheral)’로 확대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되지 않고도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들이 스마트폰과 연결되면서 사용성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조작할 수 있는 프린터, 스마트 가전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액세서리의 발전은 스마트 시계, 스마트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다. 구글 글래스, 삼성 기어 등이 속속 발표되면서 ‘두 손이 자유로운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이런 기대를 갖게 된 이유는 웨어러블 기기들이 독자적인 연산 능력을 보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센서, 단순한 알림 수준에 그치던 이전의 액세서리들과 다른 수준의 컴퓨팅 경험을 구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배경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액세서리와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의 확장(Smartphone-extended)’이었다면, 향후에는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포스트 스마트폰(Post-smartphone)’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손목시계나 안경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데 이어 이동통신 칩까지 장착하게 된다면 스마트폰 의존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기기로 다양한 사용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웨어러블 기기가 현재의 스마트폰과 같은 핵심적인 네트워킹, 컴퓨팅 기기로 자리잡고, 대화면 디스플레이 등은 액세서리가 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보다 작은 공간 안에 스마트폰의 기능들을 구현해야 한다. 게다가 웨어러블 기기는 패션 소품과 같은 멋진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는 상황이어서 포스트 스마트폰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능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웨어러블, 액세서리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모색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Ⅳ.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고민할 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 한 번 새로운 혁신을 고민해야 할 때다. 스마트폰 시장을 견인해온 하드웨어의 발전이 앞으로도 사용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루 아침에 기존의 게임 룰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은 기존의 하드웨어 성능 경쟁이 지속될 것이다. 모바일에 대한 수요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기대가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기능일지라도 앞으로 사용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사양에 대해서도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형화된 하드웨어 로드맵과 사용자 가치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결국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제안하는 기업이 파괴적 혁신에 성공하고, 새롭게 전개될 ‘스마트폰 3.0’ 시대를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는 것을 두고 ‘불가지론적 마케팅(Agnostic Marketing)’이라고 했다. 파괴적 혁신이 제안하는 사용자 가치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받아들일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경영자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시장이 눈에 보일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만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86%에 달하는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과 제품의 점진적인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혁신 기회에 투자하는 기업이 14%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14%의 혁신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매출은 3.7배, 이익은 9.7배를 거둔다고 한다. 


따라서 상식처럼 굳어진 게임 룰을 벗어나 시장과 사용자 가치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 위험보다는 시장 선도 기회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가적 의사결정,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스마트폰 3.0’ 시대 승자의 조건이 될 것이다.  출처: [LG경제연구원 배은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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