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영입한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이 사실상 삼성의 디자인 업무에서 손 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뱅글은 글로벌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추앙받았던 인물로 그의 영향력은 막중했다. 한때 정몽구 현대차(216,000원 △2,000 0.93%)그룹 회장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영향력있는 인물’ 7위에 꼽힐 때 크리스 뱅글은 이보다 한 단계 앞서 6위였다. 그만큼 그의 행보와 디자인 방향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BMW 7시리즈를 디자인한 그는 2009년 자신을 길을 찾아 회사를 떠났다. 이후 이태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크리스 뱅글 디자인 어소시에이트’를 세워 디자인 컨설팅 사업에 나섰다. BMW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뱅글은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이자 제품 프로모터였다.
◇과감한 터치의 세계 3대 車디자이너
프로모터란 한 마디로 제품과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직접 나서서 제품과 이에 대한 전략을 소개하고 특장점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때문에 아무나 이 역할을 맡을 수 없다.
세련된 외모와 화려한 언어구사 능력, 설득력과 전달력까지 갖춰야한다. 프로모터로서 대표적인 인물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다.
크리스 뱅글은 글로벌 자동차 디자이너 가운데 최초로 언론 앞에서 제품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인물이다. BMW 5시리즈(E60)를 시작으로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에 처음 나섰다. 디자인이 담은 의미와 기능, 미학 등을 알기 쉽게 풀어내며 ‘디자인 프로모터’로서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
프레젠테이션 실력도 놀라웠다. 자동차 기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단어를 썼고, 전달력도 훌륭했다.
디자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인은 디자이너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화의 절반 이상이 전문 용어인데다가, 제품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디자이너의 말을 절반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크리스 뱅글은 달랐다. BMW의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단 한 번도 전문용어나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았다. 뛰어난 전달력과 어조로 시종일관 관중을 매료시키기도 했다. BMW 그룹이 철저하게 PT와 관련한 트레이닝을 시켰고 그는 이를 충직하게 치러낸 셈이다.
삼성전자가 크리스 뱅글에게 원했던 것도 바로 이런 역할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체적으로도 충분한 디자인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이를 알리고(특히 유럽시장에)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을 걸출한 인물은 절실했다. 한국 임원이나 현지인 법인장이 대신할 수 있지만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런 고민이 쌓이면서 최적의 인물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그 대상으로 크리스 뱅글이 점쳐졌다. 그는 이미 뛰어난 인지도를 쌓아온데다 거물급 자동차 디자이너의 전자제품 디자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현대차가 경쟁자로 떠올랐다. 삼성은 결국 ‘동종업계 이직금지’ 기간 종료에 맞춰 적극적으로 크리스 뱅글 영입에 나섰던 현대차를 제쳤다. 그리고 결국 크리스 뱅글을 삼성으로 데려왔다. 영입(2011년) 당시 크리스 뱅글의 영입은 글로벌 자동차 및 전장업계에서 적잖은 이슈로 떠올랐다.
역할은 디자인 마스터였다. 삼성전자 소속이 아닌, 외주사 입장에서 디자인 전반을 도맡는 일이었다.
◇기능성보다 디자인에 초점 맞춘 초기 디자인
영입 초기 삼성전자가 크리스 뱅글에게 맡긴 임무는 제품 라인업 재구성이었다.
당시 시리즈 7과 9 등으로 나뉜 노트북 제품을 재구성하는 것. 그러나 첫 걸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시 크리스 뱅글의 제품 전략 PT에 참여했던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뱅글은 삼성전자의 BMW화를 추구했다.
이 관계자는 “뱅글은 노트북 시리즈를 마치 자동차 등급처럼 나눴다. 제품 뒤에 숫자를 붙이고 이 숫자를 통해 제품 구성을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이 제안을 참고용으로만 사용했다. 그리고 최근 노트북 라인업을 ‘아티브’로 교체했다. 크리스 뱅글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이후 뱅글은 휴대폰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했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디자인하고 ‘목업 폰’으로 불리는 시제품 제작을 위해 직접 서울 문래동까지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뱅글이 디자인한 가전 및 모바일 제품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난해함이 가득했다는게 삼성전자 관게자의 전언이다.
생활가전의 경우 디자인 못지않게 기능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뱅글의 제품은 기능성보다 디자인에 치중해 제품 고유의 기능까지 떨어트렸다는 후문이다. 한 마디로 날개달린 TV와 냉장고는 보기에 멋지지만 기능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유일하게 그의 작품 가운데 청소기 정도가 양산품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무렵 삼성전자는 당초 계획했던 ‘프로모터’로서의 역할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정작 뱅글은 프로모터로서의 역할을 사양했다. 애당초 계약 세부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역할인데다, 자동차가 아닌 가전제품의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이 그에게 적잖은 부담이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 스티브 잡스에 대적할만한 인물 필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크리스 뱅글에 대한 ‘존재의 당위성’이 위기를 맞기 시작한다.
영입을 추진한지 2년이 되어가지만 마땅한 콘셉트는 물론 양산 제품에서도 그의 디자인은 없었다.
짧게는 3개월, 길어야 1년이면 충분한 가전제품의 개발 주기를 감안하면 “최소 4~5건의 디자인은 나왔어야한다”는게 전자업계의 전언이다. 자동차에서 전자업계로 인큐베이팅(적응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결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동체(자동차)와 기능 우선의 고정체(가전) 디자인은 시작점부터 다르다”며 “가전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고정된 상태에서 직선을 기조로한 기능성이 최우선된다. 날개달린 냉장고는 디자인적으로 훌륭하지만 제품 기능으로서 역할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물론 굵직한 행사에서 제품 프레젠테이션도 없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쪽에는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넘친다. 각 분야를 포함해 200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이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뽑아내고 있다”고 말하고 “초기 크리스 뱅글을 영입한 것은 디자이너가 아닌, 일련의 제품 프로모터(프레젠테이션 담당)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 임원들은 이같은 이유를 들어 ‘크리스 뱅글’의 역할론에 여전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디자인 관련 책임연구원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때문에 양측의 충돌도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 관계자는 “일본인 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사와 등과 업무를 교류할 때에는 실질적으로 디자이너들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고 “반면 이번 크리스 뱅글은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선입견부터 회사 연구원들과 거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유명 디자이너와 별다른 소득없이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디자이너들 역시 동요하고 있다.
삼성전자 홍보실은 공식답변을 통해 “(크리스 뱅글측과)별 문제없이 교류 중이다”고 말하면서도 “뱅글은 하이레벨 디자이너다. 제품이 나오고 안나오고는 중요하지 않고, (삼성 디자이너에게)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가전에서 크리스 뱅글 시리즈가 2014년에 나올 것”이라고 말한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장(상무)의 말과 대치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삼성 디자인에서 손을 뗀 크리스 뱅글은 현재 와인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조만간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 브랜드 ‘뱅글 와인’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디자인 관계자는 “뱅글은 현재 와인병 로고 디자인에 더욱 적극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출처: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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